서녘에 해 지듯이..

조회 수 2140 추천 수 0 2007.06.20 14:52:19
김병규 *.106.107.131
솟날 나이

 

  서녘에 해 지듯이

                                                박영호

오줌 싸고 똥싸는 인생이지만 놀라운 것은

태어나서는 반드시 죽어 없어져 버리기 때문

날 때는 모른채로 태어나 자라서야 알지만

죽음은 누구나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미리 아니

살면서 죽어야 하는 삶이 무슨 뜻을 지녔는지

깊이 생각하여 바르게 깨달은 다음에 가서

서쪽 바다 끝에서 서방정토로 해가 지듯이

장엄한 저녁노을 뿌리며 소리없이 지리라

 

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않고 간 노자의 죽음

생각할수록 감동스러움에 가슴이 벅차 오르고

참혹하게 십자가 위에서 숨진 예수의 죽음

바라볼수록 존경스러움에 고개가 절로 숙여져

사라숲 쌍수 사이에서 눈감은 석가붓다의 죽음

그려볼수록 위대함에 두손이 절로 모아져 합장

서쪽 바다 끝에서 서방정토로 해가 지듯이

장엄한 저녁노을 뿌리며 소리없이 지리라

 

세상에서 잘 살고자 헛되이 죽어서야

뉘우침없이 잘 죽도록 사는 삶이 참된 삶

영광의 죽음이 나를 맞이하려는데 무슨 절망

활홀한 죽음이 나를 얼싸안거늘 무슨 시름

예수는 죽기위해 이 세상에 왔노라고 하였고

석가는 죽음을 넘어서기 위해 났다고 했지

서쪽 바다 끝에서 서방정토로 해가 지듯이

장엄한 저녁노을 뿌리며 소리없이 지리라

 

개체를 버리고 본 모습의 전체로 돌아가고

거짓의 죽은 목숨 버리고 영원한 생명으로 옮겨

시간 공간 갇힌 몸나를 버리고 참나인 얼나로 솟나

하느님께서 꾸민 진리의 여정이며 거룩한 사건

예수 석가가 기뻐하면서 넘은 죽음의 고개

감격의 떨림과 감사의 기쁨으로 넘으리니

서쪽 바다 끝에서 서방정토로 해가 지듯이

장엄한 저녁노을 뿌리며 소리없이 지리라.

(200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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