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조회 수 3110 추천 수 0 2008.08.12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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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박영호

   나이 차 다니던 일터를 그만두게 돼도
   시원 섭섭하기가 말로 할 수 없다던데
   근심덩어리 몸버리고 떠나니 홀가분하여라

   헌신발처럼 버린다는 속담도 있지만
   일생 끌고 다니던 몸뚱이를 버리는 마당에
   재활용이라도 쓸 수 있을가 뒤적여보랴

   안보고는 못견디리만큼 그리운 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 세상엔 없는 듯
   아버지 되시는 하느님만 너무너무 그리워

   이 세상에 올 땐 멋모르고 왔었지만
   떠날 때는 하느님 아버지 알고 떠나게 되
   두 눈가에 맺힌 차가운 이슬 고마움의 진주

   일생 사는 동안 삶터 옮기기 그 몇번
   다 헤아려 보기에도  어렵게 여러번
   하느님 나라에는 이사 다니는 일 없겠지

   나 나오기 전에 이 세상 잘 돌아갔고
   나 떠난 뒤에도 아무일 없이 돌아가리니
   나 죽는다고 큰 일처럼 호들갑 떨건가

   사는 동안 재미있는 일 무척 찾았지
   겪어보니 재미없고 시시하기만 해
   속아 산 일생이거늘 뭐가 그리 아쉬워

   나와 알고 지낸이 모르고 지낸이 모두께
   아무런 섭섭함도 맺힌 마음 없나니
   이 누리에 함께 한 일 꿈이라고만 하기엔

   이 몸이 식어져 불꽃속 살라져 버리면
   연기로 사라지고 뼈는 흙으로 돌아가리
   하느님을 무척 그리다가 간이라 알아주길

   하느님 하느님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가리
   이렇게 귀거래서를 읊으며 기도하니
   이미 하느님 아버지 품에 안긴듯 편안해
       (200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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