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랑잎

조회 수 2455 추천 수 0 2009.11.11 13:18:19
 

 

나는 가랑잎

                                                            박영호

곱게 물든 단풍잎들이 가을 비에 젖는다

스치는 가을 바람에 가랑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나비처럼 너울너울 날다가 땅위에 앉았다

지난 여름 푸른 빛을 빛내며 나무 섬기기를 다해

언제부터인가 빛깔이 차차로 곱게 바뀌더니

아름다운 헤어짐을 위한 차림을 하고 있었음이라

이제 헤어지면 한참동안 헤매어 다니겠지만

나무를 위해 다시 뿌리로 돌아올 것을 믿는다

 

나는 역사의 시대정신이란 에 달린 한 잎

잎의 탄소동화 작용인 정신활동을 힘차게 하고서

모든 정신적인 생산을 인 하느님께 바치오리

아름다운 작별을 위해 아름답게 물들고 싶건만

오직 흰머리칼만이 가을바람에 휘날린다

벌레먹은 가랑잎같은 몸뚱이야 어찌 된들 어때

하느님을 그린 잘 익은 향기로운 믿음의 열매

예수 석가처럼 하느님 아버지께 고히 바치리

                        (200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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