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채비하자

조회 수 2976 추천 수 0 2008.10.23 09:37:24
관리자 *.197.184.158

 

미리 채비하자

 

                                                  박영호

 

속절없이 나를 찾아오는 늙음이라.

꼬부랑 늙은이 되기 앞서 채비를 해야

검던 머리칼 사이로 흰머리 보이더니

기력이 옛날 같잖고 눈귀가 멀어져 와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면 낯선 늙은이 뵈

흰 머리칼이 늙은이의 면류관 됨도

자라고 익는 사람됨이 뒷바침되어서고

늙음이 하느님의 사랑임을 느끼게 됨도

거듭된 명상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서야

 

뜬금없이 나를 찾아오는 죽음이라

숨진 뒤 송장이 되기 앞서 채비를 해야

오늘엔 평균수명이 여든에 이르렀지만

어려서 죽는 이도 있고 젊어서 죽기도 해

날 때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처지이라

안난 셈치고 살고 죽은 셈치고 살아야

몸죽음이 끝이 아니라 얼삶의 비롯됨은

오랫동안 맘을 닦고 닦아 얼나로 솟나야

하느님 아버지와 하나되어 영생에 듬은

하느님의 뜻을 좇아 살기에 힘쓰고 애써야

           (2008.10.20)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216 넘어 오르리(超越) 관리자 2010-11-20 1702
215 나라 김병규 2007-11-21 1706
214 행복의 미혹 관리자 2012-12-26 1719
213 어질고 슬기론 지순혜(池純惠) 관리자 2011-06-20 1720
212 삶이란 관리자 2010-06-21 1732
211 막사랑 관리자 2010-06-21 1737
210 삶의 향기 관리자 2010-08-02 1765
209 거룩한 침묵의 소리 관리자 2010-07-27 1783
208 빛무리(背光) 관리자 2013-03-17 1793
207 두더지의 눈 관리자 2012-06-17 1813
206 이 사람을 보라 관리자 2010-09-25 1829
205 죽음은 기쁨 관리자 2010-06-21 1830
204 세상아 그동안 고마웠다. 관리자 2010-08-02 1832
203 밴댕이 소갈머리 관리자 2012-05-20 1843
202 이름 김병규 2007-05-25 1848
201 죽음 관리자 2010-05-02 1856
200 남 죽음이 곧 나 죽음 김병규 2007-07-23 1862
199 이 못난이가 웁니다. 관리자 2010-07-27 1866
198 -제주에서 이틀밤을 묵으며- 관리자 2011-03-27 1872
197 이웃사랑 김병규 2007-11-07 188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