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사랑하리라 - 박영호

조회 수 32342 추천 수 0 2006.05.29 10:53:21
운영자 *.197.172.247

 

님을 사랑하리라
                                                 박영호

절벽 바위틈에 난 솔 같은
나의 운명이 미웠다.
길바닥에서 밟히는 질경이 같은
현실이 싫었다.
오직 바라는 것이 있다면
석양의 해처럼 소리 없이 지고 싶었다.

독배를 기꺼이 들이킨 소크라테스
두려움 없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죽이고자 하는 이가 있는 것이
몹시도 부러웠다.

때로는 무거운 질병에 걸렸을 때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기에
앓는 게 고운님보다 반가웠다.
그러나 아쉽게도
늙어 죽으라는 듯
나를 버려 둔 체 가 버렸다.

다시없는 나란 삶이라
이왕이면 즐겁게 살고 싶으나
밥 먹고 뒤보는 삶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보다 못하고
눠서 버리는 똥보다 나을 것 없어
하루하루의 삶이
일각이 여삼추로 지겨웠다.

그런데 어느 날 시름에 잠겼을 때
영원한 과거와 영원한 미래가
소리 없이 부딪치는 한 찰나에
이런 생각이 살별처럼 스쳐갔다.
우주의 임자이신 하느님의 메시지런가
“네가 제법 나라지만
몽땅 나의 것이라 너란 없다.
너의 나란 망상일 뿐이다.”
그 때 현상계가
가려놓은 휘장인 듯 벗겨지고
우주보다 크시고 태양보다 빛나신
전일(全一)의 님이 황홀하였다.
나란 빛 앞에 그림자처럼 없어졌다.
님 님 님 전일(全一)의 하느님

님을 사모하오리다.
님의 뜻을 받드오리다.
이제는 시련도 고난도 꿀맛이라
기쁨만이 화산의 용암처럼 솟구친다.

받들 님의 뜻이란
짐승의 몸으로 살지만
짐승의 성질(탐,진,치)을 버리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라는
예수,석가가 먼저 걸어가신 그 길이라.

앞으로는 받기보다 주면서 살리라.
이제부턴 이기기보다 지면서 살리라.
오늘부터 가정을 벗어나 살리라.

님만을 머리에 이고
님만을 가슴에 품고
님과 하나되고자
제나(自我)로는 죽고 얼나로 솟나리.

                                                      -아멘 –

※ 2006.05.27 선생님댁 방문시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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