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께서 사시던 옛터골(구기동)을 찾아보니

조회 수 3904 추천 수 0 2008.05.29 16: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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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날 나이

 

스승님께서 사시던

옛터골(구기동)을 찾아보니

박영호

 

스승님께 가르침 받던 그때를 그리며

사십륙년 반생동안 머무시던 옛터골을

스승님 뵌적 없는 뜻벗과 함께 찾아보니

눈에 익은 옛집은 간곳없고 비봉만이 반겨

스승님 손수 가리켜 주시던 구멍만한 대남문

왼켠은 보현봉 오른켠은 문수암있는 문수봉

문수 보현 거느리던 샤카 붓다님은 그 어디에

하늘에 흰구름만이 생각없이 흘러간다

 

책상으로 만리장성 쌓아 혼인 매듭 풀고

숨지기 전 이미 널위에 앉아 말씀하시어

그 모습 다시 뵐길없어 발길 돌려 오는데

긴 골목 끝까지 냄내주시던 발자욱소리

멈추어 서시며 잘가시오 던지시던 소리

들리는 것 같아 가던길 멈춰 돌아다 봐

낯선 곳이 되어버린 옛터골만 눈앞에

옛모습 그대로 남겨두는 곳도 있어야지만

 

스승님께서 자주 힘줘 하시었던 말씀

산다는 것도 죽는다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여

이 세상 산다는 건 꿈꾸는 일에 지나잖아

스승님과의 진실한 만남조차 꿈인 것을

오늘 옛터골을 찾은 것도 또한 꿈이어늘

스승님은 얼나로 내맘속에 분명 계시지

옛터골 찾은 일이 어리석은 짓이었나

이제 이 나도 부질없는 꿈에서 깨고 싶어

 

(2008.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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