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세상에 있었지."

by 민원식 posted Oct 3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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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게 아니야.'

그날 나는-

산도(産道)로 머릴 돌렸어.

내 힘으로 돌았어도, 내 뜻만은 아니었지.

40억년의 추억을,

수정체와 물고기, 파충류와 원숭이를 거치면서

미끌미끌한-

바다를 꿈꾸던 때였어!


깊은 바닷물에 콱! 처박히듯,

1기압, 

무거운 세계로, 무서운 세계로,

떨어졌어!

견딜 수 없었어!

견딜 수 없었어!

견딜 수밖에 없었지.......


이렇게 작다니- 세상!

세 푼(三分, 3%)의 소금물, 한 움큼 양수였구나.

18251  = 50*365+1

어머니를 먹고 살았다. 지금도-

젖 먹고, 살점 먹고, 뼈까지 부셔 먹고-

-그 정신도 먹으려 보챈다.

 

광대한 바다,

흔들리는 수면 아래서,

찬란히 빛나는 해를 올려본다.

목 타고, 배 고파!

오로지 오롯한 흠모!

수면 위 올라, 햇살에 녹아들기를...

벗어날 필요 없는 허공, 무변허공(無邊虛空)으로.......




한 겨울 대지 위에,

오로지 꽃 하나만 위한 꽃,

가녀린 코스모스 한 송이.

오롯이 하늘 보며 하늘거린다.


찬 서리, 어둠에 썩고 녹아가지만,

오.직. 하.늘!

하늘만 머리에 이었네!



흔들려도, 흔들려도-

하늘만 바라는--

그. 꽃. 한. 송.이.처.럼.......

죽고 싶다.


그. 꽃. 한. 송.이.처.럼.......

살고 싶다.







내가 세상에 났는가?

태(態)만 바꾼 한 줌 흙-

코스모스가 아무리 하늘만 봐도,

뿌리는 땅에서 물을 빨지.

그렇지 않으면 하늘 못 보지.


물 빨자!

씨 맺을 만큼 말고,

서 있을 만큼.

하늘 볼 만큼.

 

다 보면 죽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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