撫月 무월- 달을 어루만짐.

by 민원식 posted Feb 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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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워낙 많은 곳이어서 마당도 돌로 깔아 놓았는데, 내린 눈을 다치지 않고 두었더니 점점 부드러워 보인다.

올 사람도, 볼 사람도 없고.....

툇마루에 혼자 앉아 오후 햇살에 녹는 마당의 눈을 ........

바라본다.

지금은 다 녹았겠지....

그때와는 또 다른 눈이 덮고 있을지......

 


 

 


 

 

그믐에 들어와 달이 저만큼 컸다. 

쏟아지는 겨울 별빛을 밀어내는게 아쉽겠다 했는데,

한 밤중 달빛 그윽한 눈밭,

포근하고 -  고요하다. 

 ........

 

추운 겨울 밤,

마당에 홀로 서서....

.........

있는 듯, 없는 듯 -

달빛의 따스함.

 

 

 

 

 

 

 

 

 


 

 

아침 햇살과 억새.

나는 이리로,

너는 저리로.

좁은 땅 위에서도 지향하는 곳 다르지만,

결국은 모두

땅을 향하는구나.

 

 

 

 

 


 

 

 

땅거미 무렵.....

오른쪽 능선의 어둠 -  저 깊은 어둠.....

 

어릴 적 서녘 하늘에 지는 해를, 오랜 만에 그 석양의 서녘하늘을 가슴에 받았다.

점점 크게 밀려오는 어둠이 어린 가슴에 가득 차올랐지......

그 하늘을, 그 산을 넘는 아린 슬픔이

오늘의 산을 넘는구나.
 

 


 

 

밤은 그렇게.....

그렇게 가고.....

 

성애 낀 유리창 밖으로 새 햇살 퍼져온다.

 

작은 새들의 맑고 밝은 지저귐.

그리고  고요함.......

 -

맑은 아침.

 

 

 

 


 

어느 날 저녁 식사.

은박지에 감자와 양파 등을 싸서 아궁이 장작불 밑의 재 속에 넣어 익힌다.

 

배고플 때만 먹으니, 모든 게 다 맛있다.

그런데 먹다 보면 '먹어야 하나, 그래야 했나-'는 생각 든다.

 

사람은 누구와 같이 먹어도 자기 숟가락으로 자기 입에 넣어 자기 목으로 넘기는 혼자만의 일이기도 하다.

 

 

 

 


 

 

 '달을 어루만지는 산 속 집' 무월산방이라는 이름의 집.

앞쪽의 큰 창문이 있는 방에서 한달을 보냈다.

매일 찬물 목욕하고 수건들고 마당에 나와 물기를 닦았다.

 

방은 두개, 한개, 두개로 나뉘어 있고, 부엌도 세 개. 

취사, 취침 도구가 갖춰져 있고, 비용은 일박에 십만원, 십만원, 십이만원이라고 한다.

방이 다섯 개여서 이삼십 명이 잘 수 있다.

주변에는 백운계곡, 광덕계곡이 있고, 조금 멀리 파로호, 춘천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사람 없는 산길, 차 없는 찻길이 많다.

 

 

 

 

 

오기 전날 이 집에서 이십여 미터 떨어진 비탈에서 캔 칡.

오른쪽 굵은 뿌리는 바위 틈을 지나며 자랐다.

말려서 끓인 차가 구수하고, 뒷맛이 은근하게 달면서도 개운하다.

 

 


 

 

작은 창으로 본 설경.

매일 이 창에서 이불을 털었다.

 

마당엔 고라니 발자국이 찍혀있다.

고라니와 서로 눈 마주치고, 화들짝 놀라며, 한밤중에 그 우는 소리가 잠깨기도 한다.

참다가 참다가, 옷입고 나와 삽을 돌에 내리쳐 쫓아보내기도 한다.

 

 

 

이태백이 말한 별유천지 비인간이란 구절이 조금은 떠오르는 곳.

 

 

 

푸른 산에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대답 없이 그냥 웃을 뿐, 마음은 그저 한가하오.
복숭아꽃 물따라 두둥실 떠가는 곳,
하늘과 땅이 있긴 하나, 인간 세상은 아니라네.

 

問余何意棲碧山         문여하의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