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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으로 진리를 읽는 사람들 이야기

다석 씨알 강의읽기

 

요 며칠 다석 씨알 강의(류영모 강의, 주규식 기록, 박영호 풀이 / 교양인출판사)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은 여러 가지 갈래입니다. 그 이야기를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첫째, 이 책은 1959년부터 1961년까지 류영모 선생이 YMCA 연경반에서 하신 강의를 주규식이라는 젊은이가 꼼꼼하게 기록한 노트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점, 그 차원을 의미있게 평가하고자 합니다. 그래요. 진리의 전파란 그런 차원입니다. 일평생을 흔들림 없이 하늘의 진리를 탐구하는 구도자로 살았던 노년의 인간, 그리고 그이의 지고한 열정에 감염된 순수한 젊은영혼의 진실한 기록 바로 그런 것이 진리의 세계가 보여주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던 것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석 류영모 선생의 저서들을 접하면서 깨닫고 배우게 된 그 놀라운 지혜, 다석 선생의 조용한 표정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진리의 품격들과, 그것들을 쉽게 잊을 수 없는 차원 그것들 자체가 이미 어마어마한 진리의 메시지라는 점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책에서 다석 선생의 기상천외한 철학적 일지(日誌)들을 쉬운 우리 말로 풀어내신 박영호 선생님의 존재자체도 진리의 길을 걷는 도반의식이외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아름다운 진리의 풍경을 이 책을 접하자마자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행복했던 것입니다.

둘째, 이 책을 읽으면서 다석 선생의 장쾌한 사상에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게 됨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게 됩니다. “태양을 꺼라.” 물론 이 말은 다석 선생이 직접적으로 하신 말씀은 아니라고 했지만, 생의 사상적 근원을 단 한마디로 요약해서 만천하에 드러내 수 있는 사상적 구호는 되어보였습니다. 다석 선생은 말씀하셨습니다. 난 태양계를 부정합니다. 참생명은 결코 해 아래 있는 것이 아닙니다. / 내 사상은 변화하는 상대세계를 부정하는 거예요. 이 세상만이 아니라 태양계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 볕 양()가 거짓 양라고 40년 전에 이야기했는데, 난 거기서 시작한 거예요. / 태양의 빛은 가리는 빛입니다. 눈 앞에 전등불을 갖다 놓으면 우리는 주위를 못 봐요. / 태양은 빛이 아닙니다. 그것도 하나의 색()입니다. / 햇빛은 거짓입니다. / 이 세상에서 만() ()의 근원은 태양입니다. 저 태양이 우리를 근시로 만들었습니다. / 대낮이 우리로부터 영원(永遠)을 제거했습니다. / 우주를 들여다보려는 사람은 그믐밤이라야 합니다. 아니면 가까운 것을 보면서 우주는 못 봅니다.

이 대목에서 새삼 다시금 류영모 선생의 호()가 다석(多夕 : 많을 다, 저녁 석)이라는 사실이 개인적 차원에서 의미있게 다가옴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류영모 선생은 저녁의 철학자였습니다. 밤의 사상가, 어둠의 영성가였습니다. 선생은 태양이라는 말로 통칭되는 상대세계가 모두 소멸한 지점에서 꽃피워지는 영성적 자각이 진정한 진리의 꽃임을 이야기하시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단호하게 말씀하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죽음이란 참으로 없는 거예요. 하늘에도 땅에도 죽음이란 없는 건데, 사람은 죽음의 종이 되어 있어요.너무나도 본질적이어서, 너무나도 근원적이어서, 너무 깊고 또 높아서 누구도 감히 접근할 수 없는 무서운 영성적 진실을 향해서 용감하게 뛰어든 이가 류영모 선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셋째, 류영모 선생의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몸과 마음이 바쁜 노동 일을 하는 입장이라 시간이 없어서 아직 다 읽지 못한 사실도 있지만, 다석 선생의 글은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없는 책이라는 점이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온 영혼을 짜내면서 기록한 그 무서운 진리의 언설들을 며칠 내로 독파해낼 수 있겠습니까! 천천히 하나 하나 곱씹으면서 소화해내는 투쟁의 독서를 해야겠지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욱더 중요한 진실은, 다석 선생 류()의 저서들은 평생을 읽어야 할 책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머리로 읽는 책이 아니라, 삶으로서 읽는 독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괘변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때로는 일부러라도 다석 선생의 책들을 안 읽는 세월을 보내는 것이 다석 읽기의 또 하나의 차원일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단독(斷讀 : 책 읽기를 끊음)의 시간을 통해서 비로소 우리는 그 책에 대한 소화력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이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류영모 선생의 저서를 접하다보니, 그동안 제가 이런 저런 계기 속에서 이러 저러한 사람들에게 쏟아냈던 이야기들이 사실은 다석 선생의 말씀이었다하는 점을 새삼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자랑일 수도 있고, 부끄러움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뭐든 어떻겠습니까? 스무살 언저리부터 제 나름대로 식의 구도자(求道者)이기를 소망했던 삶이었으므로, 참다운 구도자이신 다석 선생의 말씀에 공감하는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해왔다는 사실에 대해서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진리에 대한 경외심은커녕 진리라는 말에 대해서조차 조롱하는 이 위험한 시대에 아름답고 신비로운 진리의 세계를 언설(言說)하는 이 책을 접하게 된 인연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돌 하나 던지는 마음으로 이 책의 읽기를 추천하고자 합니다.

<김부겸 목사, 수도교회>

 

 

 

 다석 씨알 강의 읽기 독서 감상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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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복 2015.08.10 15:21
    목사님의 짧지만 강렬한 메세지를 담아낸 서평 잘 읽었습니다 후속되는 서평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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