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한웋님

by 민항식 posted Mar 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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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의
육근(六根)을 버리고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의
육경(六境)에 끌려 다니지 말 것을 말한다.  

그러나 육근(六根)), 육경(六境)이 처음부터 없다면 모를까
이미 있다면 이를 끊으려고 애쓸 일이 아니다.  

오히려 육근(六根), 육경(六境)을 통해서
살아 숨쉬는 한웋님을 만나 보라는 것이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한 한웋님의 뜻이리라.  

저 푸른 허공(虛空)에서 한웋님의 모습을 보고,
나뭇잎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소리에서 한웋님의 소리를 들으며,

풀향기 꽃향기 속에서 한웋님의 향내를 맡고,
맑고 시원한 물맛에서 한웋님을 맛보며,

풋풋한 대지의 숨결에서 한웋님 숨결을 느끼고,
늘 한웋님을 생각하면서 한웋님과 하나된다.  

한웋님을 무한우주(無限宇宙)라, 공상(空相)이라 하나
한웋님은 결코 생명 없는 허공일 수는 없다.  

한웋님은 언제 어디서나 늘 살아 숨쉬는
생명 충만한 허공이요, 얼이지

싸늘하게 말라비틀어진 허무의 허공이 아니다.  

우리 일체 만물은
살아 숨쉬는 한웋님을 내보이기 위하여 여기에 왔다.  

이 뜻을 잘 나타내는 것이 요한 13장 31절이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을 받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로 말미암아 하느님께서도 영광을 받으시게 되었다.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신다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에게 영광을 주실 것이다.” (공동번역)

이것을 다석님은

“이제 아들이 뚜렷하고
한웋님이 아들 안에 뚜렷하시도다.  

한웋님이 아들 안에 뚜렷하시면
한웋님도 또한 아들을 뚜렷하게 하시리라.”

라고 하여 그 뜻을 더욱 또렷하게 새기셨다.  

꽃이 허공을 나타내기 위하여 있듯이
우리는

살아 숨쉬는 한웋님의 영광을 뚜렷하게 하기 위하여
여기에 왔다 간다.

반짝 빛으로
왔다 간다.

(1999.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