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by 김진웅 posted Nov 1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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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물

  아직 새벽 5시가 되려면 조금은 있어야 되는데 우리 집 수탁이 첫 울음을 토해 내고 있네요. 아직 울음 울기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놈이라 목이 트이지 않아 기를 쓰고 우는 울음소리가, 마치 노래방에서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댄 뒤 다음날 갈라진 내 목소리 마냥 울고 있습니다.

  올 가을에 밤 감을 몇 군데 선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부담스럽다며 돈을 보내겠다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우편환으로 돈을 보내 준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추가로 감을 주문하여 거기에 내가 선물로 보낸 감 값까지 덧붙여 보낸 이도 있었습니다. 모두 어려운 농사꾼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그 마음씨가 무척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농사꾼은 선물도 할 수 없는 처지인가 싶어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길벗이 큰 선물을 주고 갔습니다.  
시골 생활 5년 만에 인터넷을 설치하겠다는 내 말을 듣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컴 속도(667메가)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이 되었던 지 컴 CPU. 평면 모니터, 스피커, 프린터 모두를 사 가지고 와서 설치를 해 주고 갔습니다. 길벗을 내 부담을 알았는지 ‘매년 대봉이나 한 박스 보내!’라고 했지만 고마운 마음에 앞서 미안했습니다.
길벗은 자식 둘을 대학에 보내고 있고, 부의 기본으로 여겨지고 있는 아파트에는 결혼 후 여태껏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채 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제 길벗 선물로 인터넷을 설치하고 기대 반 걱정 반 설레는 마음으로 더듬더듬 여러분에게로 다가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