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한다는 것

by 김진웅 posted Nov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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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금)

  오후 늦게 배추를 뽑아 거적으로 덮어 얼지 않도록 해놓았다.
토요일 오후에는 ‘부산 한 살림’에서 개최하는 ‘생산자 소비자 모임’에 참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배추를 뽑아 다듬어야 했다. 그러나 배추는 밤 새 얼어 있다가 오전 10시는 넘어야 녹으면서 제 모습을 갖추기 때문에 그 전에는 일을 할 수 없어 전 날 뽑아 놓은 것이다.

11월 18일(토)

  해가 뜨면서 배추를 다듬기 시작했다. 올 해는 배추를 다듬는데 빗자루가 필요했다. 수확한 배추의 80%가 넘게 진딧물이 꼬여 배추 모양새가 영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겉에 보이는 진딧물은 빗자루로 털고 배추를 다듬어 놓았다.
밤 9시까지 행사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와 밤 12시 반까지 아내와 배추를 절였다.

11월 19일(일)

  오후 3시부터 배추 무를 씻기 시작하여 5시 반까지 씻어야 했다. 배추는 잘 절여 있었다. 아마 배추 잎사귀 마다 벌레가 구멍을 뚫어놓아 잘 절여진 모양이다. 무농약 배추를 재배하는데는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배추벌레를 잡기 위해 근 한 달 반 이상을 아침저녁으로 배추 앞에 무릎을 꿇게 하더니만 씻는데도 시간이 배 이상 걸리게 하니 말이다.

11월 20일(월)

  큰 집 형수님도 오셔서 김장을 함께 했다.
형수님과 나는 속을 넣고, 아내는 김치 담을 그릇을 조달하고, 둘째 형님은 담은 김치 통을 보관할 곳으로 옮겼다. 낮 기온이 24, 5도를 넘으니 날씨는 포근하고 김장하기엔 너무나 좋은 날씨였다.

때 맞춰 아내는 돼지고기를 삶아 내고 형님은 맥주 컵에 소주를 부어 한 입식 돌린다. 아내는 즉석에서 노란배추를 떼어 속과 굴을 얹고 새우젓, 두부를 올려 돌돌 말아  입에 넣어 준다. 안주가 너무 커 입속에서 씹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뽈테기는 미어터지고 급한 마음에 씹지도 못한 배추가 목구멍 안으로 서둘러 넘어가고 뒤따라 고기도 따라 들어간다.
아! 시골 삶에서 가끔 느끼는 누김(마음의 평안)이다.

오후 3시경에 김장도 끝나 오늘은 일찍 퇴근하여 점심 겸 저녁을 4시 반에 먹고 온돌방에 누워 며칠 간 혹사 시킨 몸을 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