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헛꿈

by 김진웅 posted May 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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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 헛꿈

햇귀 팡파르 !
산새 행진곡에 맞춰
장화 신은 내 발걸음은
사령관을 닮았다.

손은 뒷짐,
시선은 아래.
발걸음은 천천히
행동은 거만스럽게.

부하들 사열에 나선다.
고추, 마늘, 상추, 토마토, 시금치, 오이, 부추, 브로콜리,  
파프리카, 감자, 딸기, 땅콩, 옥수수...
어떤 놈은 날선 부동자세
어떤 놈은 곡식 빠진 부대자루.

힘찬 자세 쓰다듬고
풀죽은 놈 보듬어주고
제대할 놈 칭찬하고
내 사열은 끝이 난다.

해 오름.
내 그 화려한 영화는  
들판 안개와 함께 사라진다.
이젠 밭고랑 포복하는 졸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