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3 16:25

허순중 언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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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순중 언님께

 

 이 사람도 젊을 때는 톨스토이 못지않게 편지 쓰기를 좋아하였습니다.그런데 나이가 늙고 보니 게을러져서인지 편지 쓰기가 드물어졌습니다.이제는 이 세상과는 정떼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불가(佛家)에서 말하기를 이 세상에서의 만남의 인연이란 맹귀우목(盲龜遇木)의 만남이라고 합니다.그것은 사실입니다.이 유구한 역사에서 같은 시대에 태어나기도 기적같은 일이고 이 지구위에 만도 70억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는데 우리 두사람이 알게 된 것도 기적같은 일이지요.그것도 우리 두사람이 똑같이 함석헌 선생님을 사사한 인연으로 가까이 알게 되었으니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저 거룩한 윗분의 뜻(섭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이에 우리의 만남을 통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비옵니다.먼저 주신 글월의 회신도 못보내고 있는데 또 정성이 담긴 글월을 받고 보니 미안한 생각이 나서 변명하는 말이 길어졌습니다.

지난 313(다석스승님 추모일) 이 사람 고별시(인생고별의 인사말씀)를 들으시고 놀라시어 눈물까지 흘리셨다니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하오나 한편으로 헛일을 한 것이 아니었구나 생각되기도 하였습니다.그 자리에서 장자(莊子)의 말인 죽음을 가까이 하는 마음(近死之心)은 거짓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하였습니다만 사람이 잘못되는 까닭이 죽음을 잊어버리기 때문인 것입니다.사람이 날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거울 가운데 거울이 죽음이라는 거울이 참된 거울인 것입니다.자주 죽음의 거울을 비추어보아야 마음이 비워지고 마음이 비워져야 하느님의 나라(성령)가 내맘속에 오게 되는 것입니다.삶을 바로 생각해 보자는 사람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 어렵게 만났으니 다 같이 죽음의 거울에 나라는 각자의 모습을 비춰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노쇠하여지는 내 모습을 보면 마지막 죽음이 멀지않다는 것을 짐작하지만 죽는 그 순간이야 언제가 될지 하느님아버지께나 아시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끼? 무탄트 메시지에 나오는 오스트렐리아 원주민 착한사람부족들은 스스로 숨지는 묘수를 알고 있는가 본데 나는 그런 재주는 없습니다.

다 자란 처녀가 시집갈 날을 받아놓고 마음 설레이며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듯이 이 누리를 떠날 그 날을 기다릴것입니다.내가 이 세상에 나와서 한 일이라고는 땅의 어버이로부터 받은 제나(몸나)가 거짓나인 것을 알고 하느님으로부터 얼나를 받아 참나로 깨닫는 것이었습니다.생사(生死)의 제나를 벗어났으니 몸나로 죽고 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이사람이 몸나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허순중 말씀대로 기뻐해주시면 됩니다.춤추실줄 아시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어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다석 스승님의 일기(1960.9.29.)에 쓰여 있기를 벗은 몸 불사를 뜻도 못해 본 사람은 mam.JPG () () 이라고 써놓았습니다.인도 타고르가 쓴 시 키탄자리에는 자기가 죽은 송장을 자기 얼나가 내려다 보는 구절이 나옵니다.성자소리를 듣는 분들은 이처럼 죽음을 가까이 하고 살았습니다.허순중님도 얼나를 깨달았으니 그런 일이 없겠지만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죽음의 거울을 들여다보십시요.마음이 진정되고 평안해 집니다.

예수님이 말하기를 참으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얼나는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있느니라(요한8:58)”고 하였습니다. 예수는 나지않고 죽지않는 얼나로는 영원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얼나는 곧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는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니라(요한 10:30)고 말했던 것입니다. 예수가 선한 선생님이라는 말도 받아들이지 않고 선한 이는 하느님뿐이시라고 하신 말씀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이것은 예수가 제나의 자리에서 말한 것입니다.예수가 몸나는 40살도 못되어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갔습니다.

20143.20 박영호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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