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드립니다.

by 하루 posted Nov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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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한 지 이제 13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농사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첫째,  농사를 잘 짓는 것입니다.

둘째,  다 먹을 수 없는 농작물을 판매하는 일입니다.

셋째, 매년 품질이 고르게 농작물을 생산하는는 일입니다.

 

 첫째, 농사를 잘 짓는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30년 넘게 농사 일을 하고 계시는 백형의 말씀이 농사는 속고 속으며 짓는 거라 했습니다.

이 말의 뜻은 농사꾼이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농사를 지었더니 대풍이 되었다해서

그 방법으로 다음 해에 그대로 농사를 짓더라도 그렇게 대풍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올해 들어 생각드는 것 중에 하나가 농사는 짓기는 하되 결과는 되어지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매년 배추벌레를 잡으며 농사를 지었는데도 매년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배추 밭에 신경을 쓸 새가 없어 그대로 두었는데

배추에 벌레가 먹기는 해도 예상보다는 참 잘 되었습니다.

콩도 그랬어요.

매년 콩 밭에 풀을 매느라 힘겨웠는데 올해는 풀밭에 콩을 심고 관리기로 북을 두번 정도 치고

그리고 예초기로 풀을 두어 번 베어만 주었는데 콩이 참 잘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간 지어 온 농사 중에 가장 게으른 농사를 지었는데도 결과가 좋았다는 것입니다.

 

둘째, 아무리 대풍이 되고, 참 먹을거리를 생산해도 이게 팔리지 않으면 농사꾼이 다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난감한 일이 됩니다.

올해 단감이 그랬습니다.

제 단감은 부산한살림과  구두 협약이 되어 판매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판매를 겨우 1톤 정도 해 주었습니다.

우리집 과수원에 생산되는 단감이 9톤에서 10톤 정도는 되는데 이를 개인 판매한다는 것은 참 힘겨운 일입니다.

쉽게 판매하는 방법은 공판장에 내다 파는 것인데

제 단감의 경우는 한살림과 협약에 따라 농약을 4번 이상 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감과 잎에 병균들이 자리를 잡아  감의 표피에는 흠집이 나고,

잎은 병이 들어 영양분을 충분히 빨아들이지 못하니 감이 크게 자라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소위 먹을거리로는 별 상관이 없지만,

경매시장의 가격 경쟁에는 매우 불리하게 됩니다.

크기가 작고,  표피에 여러가지 티가 있으면 제 가격을 받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올해의 경우에는 단감에 재고가 쌓여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일부는 공판장에 내다 팔아야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김병규 관리자님께서

여러 길벗들에게 도움을 청하여 무사히 소위 상품이라는 단감은 다 판매를 하였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산품이면 어느 때 생산이 되더라도 같은 크기, 같은 품질을 생산해 내지만

농산물은 그 해의 날씨와 사용하는 퇴비의 질, 비료의 양, 그리고 수확기에 따라 변동이 있으므로

균일한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해는 단감이 크고 맛이 있다가,

또 어느 해는 단감이 싱겁고 맛이 없고 크기도 들쑥날쑥 하다는 것입니다.

 

해서, 농사꾼으로서 당부를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농사꾼이 제 아무리 게으르지 않게 농사에 올인을 하더라도

위와 같은 문제를 다 해결하고 농사를 지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농산물에 한해서는

부디 도회지의 죽임의 문화의 상징인 상품으로 보지 말고

농촌의 살림의 문화인 먹을거리로 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길벗님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소위 점심소견(點心所見) 올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