碩鼠(석서-큰쥐) - 매월당 김시습

by 옹달샘 posted Feb 0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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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쥐여 사나운 곽쥐여

우리네 낟알을 먹지 말아라

세 해를 너를 고이 길렀건만

이내 사정을 어이 몰라주느뇨

두어라 너희 나라 버리고 가련다

저 낙원으로 나는 떠나가련다

곽쥐여 사나운 곽쥐여

네 이빨은 칼날과도 같구나

우리네 지은 농사 모조리 해치더니

이내 수레마저 쓸고 헐 줄이야

무삼 일로 떠나지도 못하게 하는뇨

가려도 가려도 갈둥 말둥 하여라

 

곽쥐여 사나운 곽쥐여

네 소리 왜 그리도 찍찍거리나

간교한 언사 인간을 해치나니

듣기만 해도 마음 끔찍하여라

어쩌면 사나운 고양이를 데려다가

씨도 없이 모조리 잡아버리나

 

곽쥐는 한 번에 새끼를 친다더니

젖 먹여 길러온 집안을 퍼뜨렸네

내 본래 인자한 호인이 아니니

법관의 준엄한 심판에 넘기리라

깊은 구렁이에 모조리 처넣어

네놈들의 종적을 없애련다

 

        社鼠(사서- 숨어 사는 쥐란 뜻으로 어떤 기관이나 사람의 세력을 의지하여 간사한 일을 하는 자를 이르는 말)

 

갓 쓰고 싸다니는 쥐 떼들이여

주인집 고양이가 너무 어질다

편안한 쥐의 신세 그리워하고

쥐를 보고 욕질해도 헛된 일일세

 

대낮에만 재물에 발이 생기고

해가 지면 돈에는 귀신이 붙어

사람들은 모두가 쥐새끼처럼

헛되이 빈집을 지키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