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흐린 봄비에 겨울산 간다. 젖은 겨울산은 고이 타던 촛불의 마지막 불꽃, 선명하구나. 그 추운 겨울 다 갔는데, 마음은 깊은 가을 산에 떨어진 낙엽 속 낙엽. ‘짱-’ 소리 날 듯 매서운 추위들을 모조리 희미하게 보내고 말았어. 지난겨울은 이제 그제 먹은 밥일 뿐. 내 모든 날의 저녁처럼 어제도 추적추적 흩날리는 빗속을 걸었지. 저자길 좌판에 앉아 탁주 두어 사발 마셨어. 웃는 듯, 우는 듯 잠들었네. 깊은 밤에 깨어나니 창밖은 안개, 안개....... 꿈속처럼 안개는 깊어 가는데 쓰라린 정겨움 사무치누나. 반백 세월, 양수 같은 안개 속을 허위적댔지. 터질 때도 됐다. 걷힐 때도 됐다. 그런데- 무덤조차 안개 속일까? 아직 덜 여문 아기-- ............. 어머니 배를 찬다. <